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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단위를 리팩터링하다: 완성된 문서를 포기하고 원자적 로그를 남기기로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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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단위를 리팩터링하다: 완성된 문서를 포기하고 원자적 로그를 남기기로 한 이유

TL;DR
완벽하고 거대한 글을 작성하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루 10분 안에 내 언어로 소화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원자적 로그(Atomic Log)’로 기록 방식을 리팩터링했습니다.

나는 왜 글쓰기가 힘들어졌을까?

현재 3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다루는 플랫폼과 주제는 다르지만 시작은 단순했다. 내가 공부한 것, 개발하며 마주한 트러블슈팅, 직접 만든 프로젝트들을 사라지지 않게 남겨두는 일종의 ‘기록소’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이렇게 구축한 나만의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덕분에 검색창에 내가 겪었던 문제를 검색했을 때 내 글이 나오면 묘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손가락이 무거워졌다. 매일 새로운 지식을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글로 옮기는 작업은 점점 버거워졌다.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는데 글 하나를 발행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지나치게 컸다. 어느 순간 기록은 사라지고 피로감만 남았다.

원인을 찾기 위해 나의 행동을 기록해봤다

지난 한 주간 나의 행동을 기록해 보았다. 처음에는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노트북이 편할 것 같아 옵시디언(Obsidian)을 켰다. 그러다 태블릿으로 옮겨가 개인 저장소에 동기화했고, 출퇴근길에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기기만 복잡해질 뿐 집중은 분산되었고 도구를 들여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기록이 중단될 위기가 왔고, 나는 모든 전자기기를 치우고 펜과 종이를 들었다. 이 방식은 효과적이었다. 하루 동안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디버깅하듯 적어 내려갔다.

  • 맥락 없는 회의
  • 주변 사람들과의 잡담
  • 신세 한탄
  • 포털 뉴스 새로고침

적어놓고 보니 놀라웠다. 나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무엇에 지쳐있었던 걸까?

하루 종일 무언가에 쫓기듯 피곤했는데, 정작 생산적인 작업 로그는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은 휘발성 대화와 뉴스 창 새로고침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오늘 공부한 것도 정리해야 하고, 블로그에 멋진 아키텍처 글도 올려야 하는데’라는 부채감만 계속 쌓아두고 있었다. 결국 실제로 한 일도 없으면서 머릿속으로만 ‘완벽하고 거대한 글’을 기획하느라 에너지를 전부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록의 단위를 리팩터링하다

무언가 거창하게 해낸 날에만 글을 쓰려고 하니 펜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록의 기준을 최소 단위로 낮추기로 했다.

  • 하루에 단 한 줄짜리 에러 로그라도 좋다.
  • 공식 문서에서 건진 설정 옵션 한 줄이라도 ‘실제로 내가 이해하고 손을 움직인 최소 단위(Atomic Log)’만 남긴다.
  • 신세 한탄과 뉴스에 뺏긴 시간을 자책하기보다, 단 10분이라도 진짜 내 지식이 된 순간을 포착해 기록소에 던져둔다.

관심사 분리: 블로그의 역할 정의

기록의 단위를 쪼개자 블로그의 역할도 명확해졌다. 거대한 하나의 저장소에 모든 것을 욱여넣는 대신 관심사의 분리(Separation of Concerns) 원칙처럼 채널별 관심사를 분리했다.

  • 현재 블로그: 일상의 고민과 생산성, 삽질을 돌아보는 회고 에세이
  • 기술 블로그 (T): 1줄짜리 트러블슈팅과 팁도 가감 없이 올리는 아토믹 로그
  • 프로젝트 블로그 (G): 실제로 동작하는 코드를 완성했을 때만 차분히 남기는 프로젝트 기록

내 언어로 이해한 만큼만 기록하기

앞으로는 완벽함을 버리고 ‘내 언어로 10분 만에 소화 가능한 분량’만 발행하려 한다.

AI를 활용하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장문의 글을 뽑아낼 수 있지만, 그렇게 생성된 글은 내 지식이 아니다. AI는 오탈자 검수와 논리적 빈틈을 찾는 보조 도구로만 제한하고, 직접 겪고 소화한 생각만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내가 만든 경험과 지식이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가볍지만 단단하게 기록을 이어갈 생각이다.


References

About Colin

Hey there! I'm Colin. I love tinkering with ideas, diving down research rabbit holes, and turning bold ideas into clear blueprints.